디지털

“학교에 가고 싶어도 못가요”

푸른들 2007. 9. 12. 07:54
]“학교에 가고 싶어도 못가요”

전주에 거주중인 A양(15)과 B군(13) 자매는 또래들과 달리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모친은 일찌감치 가출했고 알코올 남용자인 부친조차 입학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의무교육이 보장됐지만 이들 자매에겐 사실상 남의 일인 셈이다. 이를 보다 못한 이웃들이 관계당국에 신고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섣부른 개입이 가정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남원에 사는 C군(13)은 부친과 함께 살던 때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사업에 실패한 부친으로부터 하루 거르다시피 뭇매를 맞아야했고 혈서를 쓰거나 뜨거운 물세례로 화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폭행은 부친이 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유일한 혈육인 부친은 옥살이를, 그로부터의 은신처인 외할아버지는 일흔을 넘겨 앞날이 막막할 따름이다.

또 다른 D양(15)은 인면수심의 부친으로부터 수년간 성폭력에 시달려야만했다. 그의 생지옥과도 같은 고통은 가정이 파탄 나고서야 끝났다.

하지만, 관계당국의 조처로 병원에 입원한 D양은 수차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져버렸다.

전북도가 11일 도내 일선 시·군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 된 아동학대 사례를 조사한 결과, 최근 6년새 20배이상 폭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총 21건이던 신고건수는 이듬해 130건, 2003년 243건, 지난해에는 410건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7월말 현재 모두 257건이 신고 됐다. 이중 방임이 29.6%(76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정서적학대(53건), 폭행(30건), 성적학대(13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아동학대가 폭증세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빈곤에다 이혼율 증가 등 가정해체로 인한 가족기능 상실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게다가 급변하는 사회인식과 달리 일부 부모의 잘못된 오랜 관습이 맞물린 결과란 지적이다. 여기에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교사와 의료진, 공무원으로까지 크게 확대된 것도 한몫 거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피해아동에 대한 구호조처와 가해자 격리여부 등 사후수습도 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대다수 학대사례가 가족이 개입된 탓이다.

전북도는 이번 사례조사를 토대로 내달부터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동학대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10월부터 도내 100여개 사설학원을 상대로 신고의무자 교육을 실시하고 어린이집 40여곳은 아동권리증진교육 대상으로 지정해 대처법을 교육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학대 문제를 현장에서 지원할 가정지킴이 30명을 학대가정에 파견하고 관계기관과 단체로 네트워크도 조직해 운영하는 등의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내 아동학대 신고건수

2000년= 21건

2001년= 130건

2002년= 184건

2003년= 243건

2004년= 355건

2005년= 382건

2006년= 410건

2007년 7월말= 257건.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새전북신문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